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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존중

공부란 무엇인가? (feat.논어)

인생 어느 때보다 공부하며 살고 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교과서만 공부했었다. 그때까지 책에 깊이 빠져볼 기회를 만나지 못했던 거 같다. 음대에 갔고, 내 공부는 노래였기에 여전히 공부하지 않았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 나는 책 읽기를 공부로 생각하고 있다는 게 드러난다. 물론 요즘은 유튜브로도 공부한다.)

내 공부는 자녀를 낳고서부터 시작됐다. 처음엔 자녀양육과 교육에 관한 책에 관심을 가졌고, 아이들이 좀 크면서부터는 공부하는 방법에 관한 책을 많이 찾아 읽었던 것 같다.

공자선생님은 공부가 뭐라고 생각하셨을까?


최근에 와서야 진짜 공부를 하는 중이다. 함께 공부하고 있는 모임에서 맡은 주제에 관해 책을 읽고 조사하여 정리한 후 발표하는 식으로 말이다. 논어 2편 15장에서 공자께서는"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막연하여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라고 말씀하셨다. 오랫동안 책을 좋아했고, 여러 책을 읽었다. 하지만, 돌아서고 나면 남는 것이 없었다. 그냥 읽기만 했기 때문이다. 배웠지만 내 것으로 가져와 생각하지 않았고, 저자가 아무리 "어렵게 공부해라. 아웃풋식으로 공부해라."하고 말해도 삶으로 배우지 않았기에 변화가 거의 없었던 거 같다. 어려운 방법으로 공부하는 요즘 내가 많이 자라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공부는 해보니까 꼭 같이 해야 하더라. 나는 함께 공부할 사람이 없으면 절대 공부 못 할 사람이다. 논어 12편 24장에서 증자는 이렇게 말했다. "군자는 학문으로 벗을 모으고, 벗을 통하여 인의 덕을 수양한다." 함께 공부하는 분들을 보면 생각이 어떻게 이리도 다를까 싶다. 하지만 한편으론, 배움에 열의를 가지고 삶을 떼어놓는 모습에서는 너무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배우기를 열망하는 모임에 함께 하다 보니 나도 자연히 함께 따라가게 되고, 지속적으로 함께 하다 보니 성장하는 중이다.

책을 읽으며 공부하고 글을 써가다 보니 책을 더 많이 읽고 싶어 진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책만 읽고 싶다는 사람들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 것도 같다. 하지만 막상 시간이 주어지면 잘 그러지도 못 하고, 엄마니까 밥도 해야 하고 맡겨진 일들도 있으니 시간관리를 하는 수밖에 없다. 전에는 쉴 때 폰 안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녔다면, 이제는 그런 자투리 시간에 책을 읽으려고 노력한다. 최근엔 문학의 매력에 푹 빠져서 그 아름다운 문장들을 낭독하는 순간이 너무 좋다.

때로는 내가 뭘 위해 이렇게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 때문에 시작된 공부는 더 이상 아이들을 위한 공부가 아니게 됐고, 나는 인생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도대체 나는 이 나이에 왜 공부를 하고 있는 걸까? 공부하는 목적에 대해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내 배움이 짧고, 굳이 내놓더라도 너무 단편적이다. 하지만 나는 공부하는 그 순간이 너무 즐겁다. 기한에 맞추느라 힘들게 애써서 공부할 때도 있지만, 공부하는 주제에 깊이 빠져드는 기쁨이 있다. 논어 6편 18장에 공자께서는 "무언가를 안다는 것은 그것을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그냥 내가 좋으면 된 것이고, 그래서 더 오래도록 배움을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또 이렇게 가다 보면 내 안에 공부하는 이유와 목적들이 사유되고, 명확해지지 않을까?

공부란 사람만 할 수 있는 정신활동이라고 정의해본다. 인류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발자취를 알아 또다시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 더 옳고 바른 삶에 대해 과거와 현재의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는 것, 여러 이야기 속에 숨겨진 의미들 앞에 내 모습을 비춰보는 것 등등. 공부할 때 우리는 더 사람다워진다.

공부에 대해 글을 쓰고 나니 공부가 뭔지 더 모르겠다는 기분이 든다. 앞으로도 더 생각하자라고 뒤로 넘기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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