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하다길래 중고 서점에서 '동물농장'을 한 권 사뒀었다. 어제 지인들과 얘기하다 "이 책이 참 재밌다, 시사하는 바가 있다"해서 살짝 들춰봤는데, 덮을 수가 없을 만큼 재미있었다. 그리고 나를 쿡쿡 찌르며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어제 8장까지 읽었고, 지금은 9장을 읽는 중이다. 총 10장까지이니 얼마 남지는 않은 이 책. 서평부터 써보려고 한다.
조지 오웰
조지 오웰은 필명으로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이고 1903년 6월 25일에 태어나 1950년 1월 21일에 오랫동안 앓아온 결핵으로 사망했다. 그는 인도 제국에서 태어난 영국 작가이자 언론인이었고, 명료한 문체로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고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과 민주사회주의에 대한 지지를 표한 것으로 이름나 있다.
줄거리
한 농장의 늙은 돼지가 유언을 하듯 모든 동물을 불러 모으고 자신이 꾼 꿈 이야기와 함께 인간들로부터 해방될 것을 얘기한다. 그리고 잊혔던 노래를 한 곡 가르쳐준 뒤 얼마 안 가 죽는다. 그 돼지의 유언을 이루듯 농장의 동물들이 사람들을 몰아낸 뒤, 그들만의 세상을 이뤄가는 스토리이다. 그 세상은 평등하고 평화로울 것 같았지만, 갈수록 불평등하고 공포스러워져만 간다. 극의 결말에 치닫는 중이다. 그 이후는 아직 못 읽어서 패스!!
나 같은 등장인물
나는 항상 같은 캐릭터다. 대세이거나, 옳다고 생각하는 리더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마음 다해 따른다. 한마디로 행동대장. 뭐 나쁜 의미로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많은 성취를 이뤄왔고, 내 삶에 열매들도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이 인물이 선택하는 행동을 볼 때마다 쿡쿡 찔리고 좀 아팠다.
그 인물은 바로 수컷 말 '복서'다.
무슨 일이든 복서가 없었더라면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의 힘은 다른 동물들의 힘을 모두 합친 것과 맞먹는 것 같았다. 돌덩이가 미끄러지기 시작하고 동물들이 언덕 아래로 질질 끌려 내려가는 것을 알고 절망적인 비명을 지를 때 밧줄을 팽팽히 잡아당겨 돌덩이가 더 이상 미끄러지지 않도록 막는 동물은 항상 복서였다. ..... 클로버(아내)는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충고를 하기도 했지만, 복서는 그녀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의 두 좌우명인 <더 열심히 하자>와 <나폴레옹 동지는 언제나 옳다>가 그에게는 모든 질문에 대한 충분한 해답처럼 보였다.
복서에게서 내 모습이 보인다. 복서가 결정의 순간마다 했던 행동들을 곱씹어 본다. 순수했다. 하지만, 바로 보지 못했다. 복서가 나에게 그렇게 살지말라고 조언하는 것만 같다.
질문
독일교육에서는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것이 아주 핵심이라고 들었다. 모두가 그리로 갈 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국민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자국의 잘못과 아픔을 딛고 다시는 그런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위해 몸부림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 나는 자녀를, 학생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 나는 그동안 태도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가르쳐왔고, 보호자에 말에 순종하도록 교육해 왔는데... 바른 태도로 순종하는 것과 비판적 사고는 좌표가 어디쯤 존재하는가?
교사로서 가르치면서도 태도가 좋은 아이들이 예뻤다. 그들의 성장은 눈에 보였다. 한번 가르치면 더 말할 것이 없었다. 나도 그런 유년기를 보냈다. 말씀하시면 그것에 최대한 맞추기 위해 노력했었다.
그런데 그게 복서 같은 태도로 삶을 살아가게 하는 것일까? 시키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내는, 하지만 리더는 될 수 없는, 시키는 일만 잘하는 사람이 되는 걸까?
내가 너무 단편적으로만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여전히 버릇없는 아이가 싫고, 내 아이가 그런 모습을 보일 때 가장 부끄럽다. 앞으로 좀 더 고민이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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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책을 끝까지 다 읽었고, 한숨 자고 나니 뭔가 선명해지는 거 같아서 추가로 더 기록해두려고 한다.
나에게 질문을 던지다
질문이 생긴다는 것은 답을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이기에 의미가 있다. 이렇게 고전 한 권을 읽고 나니 평온하기만 했던 마음에 출렁거림이 찾아왔다. 처음엔 핵심이 평면적으로만 보였는데, 고민과 환기의 시간을 거치자 좀 더 입체적으로 보이면서 어느 정도 해답을 찾게 되는 거 같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다. 그러면 더욱 입체적으로 그 질문의 실체가 보일 듯하다. 나는 진리를 믿는다. 그래서 향방없는 말잔치보다는 토론을 통한 진리 안에서 내 자리를 파악하고 견고하게 서고 싶다.
동물농장의 관전 포인트
잠깐 쉬어가면서 이 책의 관전 포인트를 얘기해보려고 한다. 블랙코미디처럼 웃픈 부분들이지만 말이다.
- 동물주의 7 계명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처해진 상황에 절묘하게 잘도 변해간다.
- 돼지들의 모습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탐욕으로 인해 사람처럼 변해가는 그들
- 인물의 성격과 배치: 인물들은 빠짐없이 중요한 역할을 감당한다. 마지막 양들의 노래는 큰 충격을 주었다.
필요한 건 분명함과 강함
'복서'는 바보가 아니다. 소설 속에서 동참은 하지만 함께 짐을 지지 않는 고양이나, 달콤한 만을 쫓는 흰색 말 '몰리'와는 다르다. 오히려 강인하고 강직하다. 무게있고, 오래 참는다. 처음에 너무나 단편적으로 올바른 태도와 비판적 사고를 반대 개념으로 잡은 건 너무 생각이 짧았다.
또한 '복서는' 다 알고 있지만, 침묵했던 당나귀 '벤저민'과도 다르다. 비판적 사고력만 가진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닌거다. 내가 아는 것을 위해 싸우지 않는다면 그건 못 보느니만 못 할 수 있다.
그러면 만약 복서가 부조리를 볼 수 있는 안목이 있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또 만약 벤저민이 존경하는 '복서'에게 이 부분들을 나누었으면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갔을까?
분명함: 모든 일을 명확하게 깨닫는 것
강함: 올바른 뜻을 위해 용기 있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
내가 아는 성품교육 프로그램중 이 두 단어가 생각이 났다.
복서에게 상황을 전체적으로 바라보고 올바르게 판단하는 분명함만 있었더라면 그렇게 맹목적인 충성을 다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복서에게는 옳다 여기는 것을 위하여 자신을 헌신하고 끝까지 버텨낼 수 있는 강인함을 가지고 있었다.
한편으로 벤저민에게 옳은 것을 위하여 목소리를 낼 줄 아는 강함이 있었더라면, 그것이 전체를 향한 선포는 아닐지라도 신뢰하는 사람들안에서 화두를 던지고 생각을 모아갈 수 있었더라면 그런 식으로까지 상황이 흘러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아이로 키우자
올바른 태도와 보호자에게 순종하는 성격을 가르치는 것은 온당하다. 하지만, 그것에만 만족할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분별력도 심어줘야한다. 그저 보이는 대로가 아니라 뒤집어서도 보고, 옆으로도 보아 그게 정말 맞는 건지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지혜 말이다.
또한 아닐 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키워줘야한다. 내용을 전달하는 태도에서도 지혜가 필요하겠지만, 피하지 않고 그 일에 맞서서 행동해야겠다는 내적인 힘이 필요한 것이다.
마치며
나는 여전히 '복서'이다. 하지만 전에는 고양이 같기도 했고, 양들 같기도 했다. 복서 정도도 이미 많이 큰 거다. 그리고 나는 진화중이다. 책을 읽으며 이해하고, 곱씹고, 글을 쓰고... 그래서 그냥 '복서'는 아니다.
어디로 갈지가 좀 명확해진다. 나는 태도가 준비되었기에 분별력을 더하면 된다. 기본적으로 삐딱하게 볼 줄 아는(그것도 사고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에 미치긴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노력해보려고 한다. 꾸준히 읽어야 하고, 요번처럼 문제를 던지고, 답을 해가다 보면 나의 힘을 진정 의미 있는 것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우직하게, 결과를 만들어 내고 싶다.
동물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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